공자, '논어'
공자, '논어'
공자가 바랐던 세상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일까? 인간은 항상 유토피아적인 세상을 꿈꾸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력해왔다. 수많은 철학과 사상이 난무했고 그러한 사람들에 의해 역사가 쓰여져왔다. 특히 동양세계의 역사에서 '공자'를 빼고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사상은 그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중화민족의 정신적인 뿌리가 되었고 그 속에서 동양의 역사는 발전되어 왔다. 놀라운 점은 공자의 사상이 그 당시에만 유효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 의식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논어를 읽으면서 공자께서 말씀하시는 '인'이 무엇인지, '군자'는 누구인지, '예'는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도 지금처럼 혼란한 사회였고, 공자의 무수한 제자들은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계속해서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하지만 공자는 정확한 해답을 내리려하지 않았다. "'인'은 이러이러한 것이다. '군자'가 되려면 이러이렇게 해야한다."라는 단정은 이 텍스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나 공자 자신도 '인'하지 못하다고 하며 요, 순임금, 그리고 단명한 안회 정도를 '인'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고 계속해서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공자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닐까? '이상적'이라고 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마련되는 순간 우리는 그 기준을 넘어서려고 하고, 그 지점에 도착하게 되면 자연히 멈추게 될 것이다. 공자는 무엇 하나라도 단정하려고 하지 않았고, 항상 또 다른 물음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공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계속해서 물음을 던져가는 과정 속에서 '인'이 구현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인 성숙을 바탕으로 사회가 안정되고 질서와 체계를 확립해가는 과정을 공자는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자가 말하는 '인'과 '예'의 나라를 구현하려 했던 지난 날의 역사는 그의 이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던 것 같다.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던 우리 조선의 역사만 보더라도 너무나도 강대했던 중국(당시엔 당나라나 명나라였을)에 눌려 너무나도 안정된 사회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서민들은 핍박받고 사대부는 사익에 눈을 돌렸다. 조상에 대한 제사는 형식적으로 치러지고, 오히려 자신의 재력이나 권위를 뽐내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예절이 확립되고 질서체계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 속은 썩어빠져 있었던 것이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공자도 이런 부분을 의식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랬기에 항상 경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근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인'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원리는 사람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계인 '부모에 대한 효도'에 있다고 보았다. 부모에 대한 효도를 사회 전반에 걸쳐 파급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조화롭게 유지시켜나갈 수 있는 '예'를 확립한다면 '인'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이 근본을 잃지 않는다면 전쟁이 난무하는 혼돈스러운 세상도 안정되고 질서잡힌 사회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자의 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효도'라는 근본일 것이다. 사실 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필자는 참 고통스러웠다. 생각해보면 지난 대학시절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집에 자주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잦았고, 너무 복잡한 일들의 연속이어서 부모님께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바쁘고 보람찬 하루하루였지만, 무언가 근본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많아졌고 그런 마음을 더 많은 일에 쏟아부으며 부모님의 속을 많이 썩인 것 같다.
지금의 사회은 너무나도 복잡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확장시켜나가고 개선해나가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인간 관계에 오히려 소원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망각하게 된다면 사회는 경직되고 사람들은 다시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빠져버리게 되지 않을까?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거짓이 되는 순간 그가 맺고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에도 자기도 모르게 허위가 섞여들어가는 것 같다.
공자가 이야기 한 '인'을 구현해 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재주나 수려한 외모,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한 사람이 맺고 있는, 특히 부모님과의 인간 관계와 자신의 윗 사람이든 아랫 사람이든 가릴 것 없이 살아가는 모든 과정 속에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갖는 것. 그렇게 한결 같은 자세와 행동 속에서 비로소 인은 구현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사회를 공자는 바라고 또 바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