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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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놀랍도록 아름답다. 사실 오래전에 사두고도 읽게 되지 않았던 책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지냈을뿐더러, 어딘지 모르게 명랑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소설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데도.) 어쩌면 내 책장에 오래도록 꽂혀 있기만 했던 이 책을 만난 것 자체가 일종의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추석 당일, 할머니 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그 폐가로 가자는 말을 처음 꺼낸 건 쇼타였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 있다고 했다." 이 한 문장으로 우리는 동네 친구들 같은 세 주인공ㅡ쇼타, 아쓰야, 고헤이ㅡ과 함께 나미야 잡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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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슈미트,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지위'
선택과 판단의 그림자 조용한 강의실에서 교수가 틀린 내용을 강의할 때,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할 때, 혼자서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침묵을 깨고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에는 그런 선택에 의한 부담감이 너무나 크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될 때, 우리는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시간이 지나갈수록 눈에 띄는 몇가지의 의견이 나오게 되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쪽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어느새 그 주장에 동조하게 되곤 한다.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상대의 입장을 살피며,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지를 가려낸다. 그리고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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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불안'
불안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수험생 떄의 기억이 아닐까 한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잠을 아끼고 시간을 쪼개가며 수많은 참고서를 뒤지고 산더미 같은 문제들과 씨름했다. 시험에서는 단 한 문제에서라도 실수를 해서는 안되기에 풀었던 문제를 또 풀고 또 풀며 시험이 끝나는 종소리가 들릴 때까지 문제지를 계속해서 왔다갔다 했다. 그때는 항상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기분이 들었고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수능시험을 치르고 원하던 학교에 입학했다. 그렇다. 극도의 불안한 시기를 어떻게든 버텨냈기에 괜찮은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이제 어디를 가도 서울대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은 나를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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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대한 생각
* 블로그에 접속한 지 약 6년. 내게 블로그가 있었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 불현듯 다시 이 공간이 떠오른 이유는 그동안 과식을 해왔다는 것을 무심결에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원 생활 속에서 다른 것에는 철저히 무관심했고, 아니 그렇게 해서라도 학위 과정을 무사히 마치는 데에 온 정신을 쏟고자 했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내면과 주변을 둘러보고 사색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원래도 없었지만, 무뎌지기만 한 필력에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단상과 지식의 편린들만이 나를 차지하고 있다. * 어떤 공간을 만들 것인가? 지금 나는 포닥 진학을 앞두고 있고, 아마 처음 하게 되는 자취생활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서 시작해야 하기에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처음 빈 방을 대했을 때, 그 공간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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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
포스팅을 거의 일년 간 쉬다보니, 글을 쓰기가 민망해질 정도다. 석사 졸업 논문을 준비하며, 그동안 복잡했던 머리 속도 차츰 정리되어 가고 있는 요즘. 많은 책들을 읽었고 많은 음악과 미술을 접하며, 또 부족했던 전공공부를 하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것들에 질문을 던졌다. 무엇 떄문에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며, 어떻게 나아가야하는 것인지, 나의 삶은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그런 것들이었다. 지금 내린 답변은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 그러기에 내가 열망하는 것에 시간을 쏟자는 것이다. 자기 자신 만의 행복을 좇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 무언가 더 많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 궁금해하고 알아가고 싶은 것들에 마음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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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로 Contact Picker 만들기 실습
요즘은 학교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 강의를 듣고 있는데, 정말 배우면 배울수록 객체 지향 개념이 너무나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학교에서 실습한 예제 중 하나인, intent를 이용한 앱과 앱 사이의 정보 교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예제에서는 Contact Picker라는 앱을 만들어서 버튼을 눌렀을 때 주소록이 호출되고, 주소록에서 선택한 사람의 이름이 다시 앱으로 전달되어 화면상에 선택한 사람의 이름이 보여지는 기능을 구현했다. 위와 같은 에뮬레이터에서 실행한 Contact Picker의 모습이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보면, 맨 위에 텍스트 뷰로 제목이 하나 있고 중간 영역은 비워진 상태의 텍스트 뷰이며 맨 아래에는 Pick Contact라는 버튼이 있다. 연락처 호출..